‘이것’ 때문에 암 걸렸는데… 진단 이후에는 먹어도 된다고?
암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던 음식이, 암 진단 이후에는 오히려 생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이 상황,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암 예방’을 위한 식단과 ‘암 생존’을 위한 식단이 서로 다르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최근 동국대 식품영양학과 금나나 교수 연구팀은 대장암 진단 이후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는 식습관과 생활 습관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암 진단 후, 생존율 높이는 음식 vs 낮추는 음식

연구팀은 수많은 관련 논문을 분석해 대장암 환자의 생존에 어떤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지 살폈다. 그 결과, 진단 이후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음식들은 따로 있었다.
가장 효과적인 것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통곡물 ▲저지방 유제품 ▲칼슘이 풍부한 식품, 그리고 ▲커피였다. 특히 커피는 카페인 유무와 상관없이 생존율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커피 속 ‘클로로겐산’ 같은 성분이 몸의 염증을 줄여주고, 대장암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인 간 전이를 막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대로 사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는 ▲정제된 곡물(흰쌀, 밀가루 등) ▲고지방 유제품 ▲설탕이 많이 든 가당 음료 등이 꼽혔다. 이러한 식품들은 몸의 염증 반응을 촉진해 암의 진행을 더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장암의 주범, 붉은 고기의 반전
이번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붉은 고기(소고기, 돼지고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다. 지금까지 붉은 고기는 대장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연구 결과, 암 진단 이후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공되지 않은 붉은 고기가 오히려 사망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금나나 교수는 “항암 치료 과정에서 생기는 근육 손실을 막고 회복을 돕기 위해서는 양질의 단백질 섭취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즉, 암 예방 관점에서는 붉은 고기가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일단 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한 환자에게는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왜 한국인 대장암이 늘고 있을까?
한편, 한국인의 대장암 발병률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2022년 기준, 대장암은 갑상선암에 이어 전체 암 발병률 2위를 차지했다. 위암 발병률이 줄어드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의학계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서구화된 식습관’을 꼽는다. 과거에 비해 밥과 김치 등 한식 위주의 식단은 줄어든 반면, 동물성 지방과 붉은 고기 섭취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부족한 식이섬유 섭취와 함께 음주, 비만 등도 대장암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연구는 ‘암 예방’과 ‘암 환자의 생존’이라는 두 가지 목표가 서로 다른 전략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무조건 특정 음식을 피하거나 고집하기보다는, 자신의 건강 상태와 목표에 맞는 현명한 식단 관리가 필요하다.





